파스쿠찌, 왜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까?

한때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파스쿠찌(Pascucci). 하지만 요즘은 매장을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한때 스타벅스보다도 비싼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던 이 커피 체인은 왜 경쟁력을 잃었을까요? 그리고 최근 SPC 그룹이 내놓은 ‘최후의 승부수’는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 파스쿠찌, 140년 전통의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는 1883년, 안토니오 파스쿠치가 설립한 이탈리아의 정통 커피 브랜드입니다. 현재도 17개국에서 운영 중이며,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개인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SPC 그룹의 자회사인 파리크라상이 2002년 홍대 1호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SPC 그룹은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이 많습니다. 베스킨라빈스, 쉐이크쉑, 그리고 철수한 에그슬럿까지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해왔죠.
하지만 커피 시장에서는 SPC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습니다. SPC가 보유한 27개 브랜드 중 커피 및 음료 브랜드는 파스쿠치를 포함해 잠바주스, 커피앳웍스, 티트라, OCS 등이 있지만, 이 중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는 사실상 파스쿠찌뿐입니다.
📉 브랜드 가치 하락과 매장 감소
파스쿠찌는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스타벅스보다도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 속에서 이러한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여파와 SPC 불매운동이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 2021년: 523개 매장
- 2022년: 521개 매장
- 2023년: 509개 매장
- 2025년 3월 기준: 470개 매장
이는 매장 수가 2천 개를 돌파한 스타벅스, 1,600개 이상을 운영 중인 투썸플레이스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입니다. 결국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순위 11위까지 추락한 상황입니다.
현재 파스쿠찌 매장을 방문했다면,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휴게소에 입점한 파스쿠치 매장은 44개로, 전체 매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커피 맛이 문제? 소비자 신뢰 하락
파스쿠찌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는 커피 원두 품질의 저하입니다.
"파스쿠찌는 커피 맛이 없어서 망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폴바셋처럼 원두 품질을 유지하지 못한 점이 치명적이었습니다.
- "10년 동안 파스쿠찌 매장을 운영했지만, 본사에서 원두 품질을 관리하지 않았다."
- "고가 브랜드인데, 커피 맛이 점점 떨어지니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매장마다 커피 레시피가 다르다. 본사 관리 부족이 문제다."
이처럼 가맹점 관리가 부실하고, 원두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로 보입니다.
💰 가격 인상과 리브랜딩, 과연 효과 있을까?
SPC는 파스쿠찌를 살리기 위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 광고 모델 기용
무려 23년 만에 처음으로 광고 모델을 기용했는데, 바로 에스파의 카리나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층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2️⃣ 리브랜딩 및 매장 인테리어 변경
- 기존의 붉은색 간판을 황금색 간판으로 교체
- 브랜드 로고에서 ‘카페’라는 단어 제거
- ‘이탈리아 감성’을 강조하는 공간 연출
3️⃣ 새로운 메뉴 출시
- ‘이탈리아 페어링’ 콘셉트 도입
- 대표 메뉴: 에스프레소 & 딸기 아포가토 페어링, 카사타 티라미수 페어링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냉담합니다.
- "이탈리아 감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메뉴는 두 가지뿐이라 아쉽다."
- "광고보다는 원두 품질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나?"
- "카리나의 팬덤을 이용해 잠깐 화제성이 생길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성공은 어려울 듯."
4️⃣ 아메리카노 가격 인상
2025년 2월, 파스쿠찌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600원 인상하며, 레귤러 사이즈가 4,7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 가격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동일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그 가격을 주고 파스쿠찌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 "그 가격이면 그냥 스타벅스 가지, 왜 파스쿠찌를 가겠나?"
- "SPC는 브랜드 전략이 부족하다. 커피보다는 빵에 집중해야 할 듯."
🚨 SPC, 제대로 된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 SPC는 파스쿠찌뿐만 아니라 베스킨라빈스, 던킨 등도 매출 하락을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베스킨라빈스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AI 아이스크림 개발’이라는 생소한 전략을 내세웠는데, 이에 대한 반응도 싸늘합니다.
- "SPC는 왜 자꾸 핵심 문제를 피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
- "AI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하는 게 먼저 아닌가?"
파스쿠찌 역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이탈리아 감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탈리아 정통 커피’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결국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도약할 것인지, 가성비 전략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 확실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SPC의 커피 사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 파스쿠찌의 미래는?
현재 SPC가 내놓은 리브랜딩 전략은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스쿠찌가 다시 살아나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 원두 품질 개선 및 커피 맛 차별화
✅ 가맹점 관리 강화 (일관된 레시피 유지)
✅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 도입
✅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
파스쿠찌는 지금이 ‘골든 타임’입니다. 만약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파스쿠찌를 ‘잊혀진 브랜드’로 인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