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데 엄청난 돈을 버는 원자재 중개 거래 기업의 비밀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엄청 많았으면 좋겠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어 큰 공감을 얻은 이 한마디는, 사실 원자재 중개 거래 시장에서는 이미 현실입니다. TV에도 자주 나오지 않고, 일반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지도 않으면서 전 세계 무역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이 있죠. 글렌코어, 비톨, 카길, 트라피구라 등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곳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원자재 중개 거래 기업들이 어떻게 조용히 큰돈을 벌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비밀주의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돈의 속성
『돈의 속성』은 돈에 대한 태도와 개념을 재정립하며, 남의 돈도 소중히 대하는 법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와 원자재 시장의 변화
달러와 금의 결별: 근본위 폐지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브레튼우즈 체제 폐지를 선언하며 세계 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 이전까지 달러 가치는 일정량의 금 가치에 연동되었으나,
- 베트남 전쟁과 국제무역 확장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 금의 생산량이 달러 발행량을 따라갈 수 없었죠.
결국 근본위(금태환) 제도를 끝내고 “달러를 더 많이 찍어내기 위해” 변동환율 체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로써 각국 통화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 경제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뀌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석유 시장의 불만과 오일 쇼크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지기 전에도 중동 산유국들의 불만은 높았습니다. 석유 시장을 미국·유럽의 7대 석유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으니, 산유국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여겼죠.
- 1960년 오펙(OPEC)이 결성된 배경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근본위가 폐지되면서 달러가치가 출렁이자, 산유국들은 더욱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게다가 소련이 서방 국가에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하며 공급량이 늘어,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중동전쟁과 오일 쇼크로 이어졌고, 석유 가격은 단기간에 폭등했습니다. 이 극심한 가격 변동은 원자재 중개 기업들에게 큰 기회이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원자재 트레이딩 판을 뒤흔든 인물
위험을 감수해야 기회가 온다
마크 리치(Marc Rich)는 필리프 브라더스(Philipp Brothers)라는 원자재 중개 회사의 트레이더였습니다. 당시는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라, 중개사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며 수수료만 챙기는 구조였죠.
그런데 오일 쇼크가 터지기 전, 마크 리치는 "곧 중동에서 큰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량의 원유를 미리 사들이는 과감한 베팅을 합니다.
- 회사 내부에서는 “사줄 사람도 없는데 원유를 왜 사느냐”며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펙의 감산 선언으로 유가가 폭등하며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죠.
독립과 새로운 제국의 탄생
큰 공을 세운 마크 리치는 회사에 급여 인상과 대우 개선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합니다. 결국 회사를 뛰쳐나와 마크 리치 앤 코(Marc Rich & Co)를 창립하죠.
그리고 여기서 내전 국가, 독재 국가, 적성국 등 ‘돈 되는 곳’이라면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거래했습니다. 그만큼 저렴하게 원유나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으니, 위험을 감수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 제재 중인 남아공에 석유를 비밀리에 공급하여 막대한 차익을 남겼고,
- 쿠바와 소련 간에 진행되던 복잡한 구상 무역을 재설계해 물류비를 절감하며 중개 수수료를 극대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란과의 불법 거래가 발각되어 미국 FBI의 지명수배를 받게 되고, 마크 리치는 스위스로 망명해 평생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죠.
결국 “배신자 딱지”가 붙은 회사는 금융권 자금 조달이 막히고, 임원들이 마크 리치를 쫓아내거나 독립하면서 글렌코어(Glencore), 트라피구라(Trafigura)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구소련 붕괴가 가져온 기회
소련이 붕괴된 1991년, 중앙 정부가 무너지고 자원·원자재 공급은 대혼돈에 빠졌습니다. 시장경제에 능숙하지 않았던 구소련 국가들은 석유, 광물, 곡물 등 자원을 팔 방법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죠.
이 혼란에 발 빠르게 뛰어든 곳이 바로 비톨(Vitol)입니다.
- 원래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역에서 석유 화학제품을 강을 통해 유통하던 중소 규모 기업이었으나,
- 공산권 국가들과의 커넥션을 구축해 석유, 곡물, 광물 등을 해외에 파는 거대 중개상으로 급성장합니다.
예를 들면, 쿠바에서 생산된 설탕을 프랑스에 팔고, 그 대금 혹은 차관을 바탕으로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식이죠. 당연히 달러 대신 설탕을 대금으로 받으면, 설탕 값 폭락·유가 폭등 같은 이중 리스크를 안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비톨은 이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 최대 석유 중개 업체로 자리매김합니다.
“아무도 모르는데 큰돈을 버는” 이유
원자재 중개 업체들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도록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고, 큰 부를 쌓을 수 있었을까요?
- 주요 거래 상대가 정부·기업: 일반 소비자 대상이 아니므로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 비밀주의 추구: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거래가 잦아,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가면 정부의 제재나 기업 이미지 추락 등 위험이 크죠.
- 정보력 = 기업 생존의 열쇠: 각종 내전·쿠데타 국가에서도 자원을 확보하려면 정치인·고위 관리들과 인맥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민감한 정보”를 활용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중개 기업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예컨대, 비톨은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반군에 휘발유·경유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리비아 원유를 미국 정유 회사에 유통하는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이 과정은 물밑 협상을 통해 이뤄져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죠. 이런 구조가 원자재 중개 기업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수익을 누리게 만든 비결입니다.
글렌코어의 상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렌코어는 2011년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택했습니다. 한때 “절대 비밀주의”를 고수하던 기업이 IPO(기업공개)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자금 조달의 필요성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 위기(1997)와 러시아 모라토리엄(1998)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출렁였고, 거대 광산기업들은 몸집을 키우며 협상력을 강화했습니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광산 자체를 인수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통합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 광산·광물권 매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자, 채권·사모펀드 투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죠.
- 시장 트렌드의 변화
-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합니다.
- 인터넷·정보 기술의 발달로 더는 “극소수만 아는 비밀 정보”를 오래 독점하기도 어려워졌죠.
- 결국 투명성을 대가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는 편이 기업 성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글렌코어는 상장과 대형 광산기업 인수를 통해 “원자재 중개 + 생산”이라는 수직 통합형 구조를 확립했습니다.
- 전 세계 구리·아연 중개량의 절반,
- 석탄·보리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 현재도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거래가 이루어진다
원자재 중개 기업들의 이야기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비밀은 공유되는 순간 비밀이 아니다
- 이들은 오랫동안 투자 정보·거래 파트너·정치적 연결고리를 엄격히 비밀로 다루었습니다.
- “돈 벌 수 있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뜻이죠.
- 진짜 ‘돈이 되는 정보’라면 절대 쉽사리 공개하지 않고, 극소수끼리만 공유하여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 결국 위험을 감수해야 거래가 성사된다
- 내전 국가, 적성국, 제재국 등 일반인이 기피하는 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이유는,
- 그만큼 싸게 사들이고, 높게 팔 수 있어 수익이 크게 남기 때문입니다.
-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사기, 채무불이행, 뇌물, 심지어 신변 위협 등)도 결국 ‘비용’으로 계산하고 감수해야 하죠.
- “아무도 모르는데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존재한다
- 기업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모르지만,
-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용히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가 주목하는 IT 대기업이나 소비재 브랜드 외에도, 막후에서 전 세계 자본·에너지·곡물을 움직이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기업 간 거액의 거래, 불안정한 지역에서의 고수익 투자를 통해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부를 이뤄냈죠.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아무도 모르는데 큰돈을 버는” 길엔 항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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