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산업, 어디로 가고 있나? 대형 유튜버 이탈과 적자가 가져온 변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멀티채널 네트워크(이하 MCN) 시장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연이은 이탈과 적자 구조, 그리고 수익 모델의 한계가 겹치면서 MCN 존폐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CN 산업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독립하는 이유를 깊이 있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MCN의 전성기와 급격한 성장
MCN 정의
MCN이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콘텐츠 제작, 저작권 관리, 홍보 등을 지원하면서 광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출발했습니다.
2018~2019년 전성기
당시 크리에이터 기반의 브랜디드 콘텐츠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MCN 회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팬덤을 갖춘 크리에이터들이 브랜드 광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로 주목받았고, 뉴미디어 광고 시장이 확장되면서 MCN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이죠.
MCN이 맞닥뜨린 현실
적자 구조 심화
MCN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수익성은 악화되었습니다.
- 국내 최대 MCN 중 하나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2021년 기준, 약 1380억 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69%에 달하는 크리에이터 수수료와 외주 용역비로 지출되면서 약 12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 트레저 헌터 역시 전체 매출 중 약 71%가 지급 수수료로 빠져나가면서 61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습니다.
대형 크리에이터 이탈
크리에이터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들에게 돌아가는 수익 배분이 커집니다. 동시에 대형 유튜버들은 MCN 없이도 독립적으로 광고와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죠.
- 대표적으로 ‘침착맨’은 샌드박스를 떠나 개인 법인 ‘금병’을 설립해 연매출 49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독립했습니다.
- ‘슈카월드’, ‘장삐쭈’ 등 여러 구독자 밀리언급 유튜버들이 MCN에서 독립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계를 드러낸 MCN의 새로운 시도
커머스 사업과 자체 콘텐츠 제작
MCN들은 크리에이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커머스(굿즈, 브랜드 상품 판매)나 자체 제작 채널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 트레저 헌터의 라티오 인터내셔널, CJ ENM의 다이아 마켓 등은 수익성 악화로 잇따라 사업 중단.
- 자체 채널을 통한 광고 수익으로는 높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결국 대부분이 영업손실로 이어짐.
광고 대행사 이상의 역할 부족
많은 MCN이 “크리에이터를 관리하고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광고를 중개해주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업이나 광고주 입장에서는 굳이 MCN을 거치지 않아도 유명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광고를 의뢰할 수 있게 되면서, MCN의 필요성이 더욱 감소하고 있습니다.
해외 MCN 시장도 몰락의 길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MCN 업계의 위기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 미국의 대표 MCN 디파이 미디어(Defy Media)는 2018년 파산.
- 글로벌 1위 뷰티 MCN이었던 스타일 홀(StyleHaul)은 2019년 미국 사업 철수.
- 디즈니에 인수되었던 메이커 스튜디오스 역시 결국 폐쇄.
이처럼 광고 수익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 해외 사례에서도 반복 확인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MCN 모델
변화가 필요한 MCN 산업
대형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몸집만 불렸던 “관리형 MCN”이 사라지고, 연예 기획사처럼 인플루언서를 발굴·육성해 사업을 펼치는 ‘육성형 MCN’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레페리(레페리 엔터테인먼트) 사례
뷰티 콘텐츠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레페리는- 크리에이터 이탈이 적고,
- 마케팅·커머스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고루 전개하며,
- 2021년 이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입니다.
이처럼 크리에이터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모델이 현재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MCN의 미래
독립 가능성이 큰 대형 크리에이터
MCN이 단순히 광고만 주선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이미 대형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거나, 전문 매니지먼트를 두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기업과의 협업 강화
MCN이 진정한 콘텐츠 파트너로서 기획, 제작, 마케팅을 통합 제공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MCN과의 협업 가치는 커질 것입니다.
전문성 확보
MCN 자체가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크리에이터 교육 등 전문 역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필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때, MCN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MCN, ‘필수’에서 ‘선택’이 된 시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 분명하지만, MCN이 기존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형 크리에이터들의 연이은 이탈은 MCN이 단순 관리·광고 중개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MCN은 크리에이터 육성형 모델,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브랜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합니다. 규모가 작아도 수익 구조가 확실하고 충성도가 높은 1인 방송인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MCN이 미래형 모델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