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볼 캔의 역사와 현재 상황
최근 한국에서는 하이볼(RTD, Ready-To-Drink 하이볼 캔)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CU에서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은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런 인기는 하이볼 캔이 국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판매되는 하이볼 캔에는 하이볼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하이볼 캔들이 위스키 대신 주정이나 오크 칩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통 하이볼이란 위스키가 들어가야하는데, 왜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하이볼의 역사
하이볼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인공 탄산수가 등장하면서 브랜디와 섞어 마시기 시작한 것이 기원입니다.
이후 스카치 위스키를 섞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으로도 유입되었으며, 특히 2008년 산토리의 하이볼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에서도 하이볼이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국내 하이볼 캔의 문제점
국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볼 캔 중 많은 제품들이 위스키 대신 주정과 오크 칩을 사용합니다.
이는 사과 주스를 판매하면서 사과 향만 첨가한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왜 국내 하이볼 캔에는 진짜 위스키가 들어가기 어려운 것일까요?
주세 제도의 문제
가장 큰 이유는 주세 제도입니다.
한국은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어, 알코올의 양이 아니라 가격에 세금이 매겨집니다.
주세율은 72%이며, 관세와 교육세 등을 합치면 155%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위스키를 수입하여 하이볼을 제조하면 한 캔의 가격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카발란 하이볼은 카발란 클래식 위스키를 사용합니다.
이 위스키는 국내 면세가 기준으로 약 7만 원 정도인데, 이를 사용하면 하이볼 한 캔의 원가가 대략 4,000원 정도 됩니다.
그러나 대량으로 수입하면 가격이 조금 내려가더라도, 국내에서 같은 제품을 제조하면 한 캔당 1만 원 이상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본과의 비교
일본은 주세가 종량세로 적용되기 때문에 술이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판매되는 가쿠빈 하이볼은 원료인 가쿠빈 위스키의 가격이 약 1,700엔이며, 하이볼 한 캔에 들어가는 원액의 가격은 약 97엔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양의 위스키가 들어가도 가격 부담이 훨씬 큽니다.
국내 하이볼 캔의 미래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하이볼 캔의 가격은 약 3,000원에서 4,000원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주정과 오크 칩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은 하이볼을 마실 때 탄산수 대신 토닉 워터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아, 주정 하이볼도 수요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위스키 인프라의 부족입니다.
한국은 희석식 소주 중심의 주류 시장 구조로 인해, 위스키 생산과 유통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도 위스키 증류소가 생기고 있지만, 역사도 짧고 주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떨어집니다.
결론
현재 국내 하이볼 캔 시장은 주세 제도와 위스키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주정을 사용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좋은 국산 위스키가 생산되고, 이를 사용한 하이볼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