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국내 렌터카 시장 인수, 그리고 그 숨은 노림수
최근 국내 렌터카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롯데렌탈(롯데렌터카)과 SK렌터카라는 1·2위 업체가 연이어 ‘중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에 인수된 것인데요. 두 회사가 보유한 차량만 45만 대에 이르며, 시장점유율은 약 36%에 달합니다. 왜 중국계 자본이 우리나라 렌터카 업계에 거액을 투자하면서까지 매입했을까요?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떤 그림이 숨어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중국 자본의 렌터카 인수 전략과,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중국 자본, 왜 국내 렌터카 시장을 노리는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의 사업구조
롯데렌터카
렌터카는 매달 꾸준히 월 사용료(렌트비)가 발생해 ‘현금 창출’이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으로 꼽힙니다. 특히 장기렌트는 1년 이상의 계약을 맺는 고객이 많아, 수익 예측이 쉽고 자산(자동차)을 담보로 잡을 수 있죠. 게다가 필요에 따라 중고 시장에서 비교적 손쉽게 차량을 현금화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렌트·리스 비중 증가
과거에는 신차를 현금 또는 할부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장기렌트·오토리스 등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차량 유지·관리의 편리성,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렌터카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차 판매 중 15% 이상이 장기렌트로 소화된다는 통계도 있지요.
중국 전기차 진출의 교두보
최근 BYD, 지리(Geely)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내구성·안전성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중국 차를 선뜻 사기엔 부담스럽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렌터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인이 ‘구매’가 아닌 ‘대여’ 형태로 중국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그리고 렌터카 회사 입장에서는 대량으로 차를 사들이는(B2B) 방식으로 중국 업체와 협상해 차량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으니, 수익성을 높이기에도 유리합니다.
중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노리는 장기 플랜
수익 구조 극대화
어피니티는 기업을 인수하여 경영 효율을 높인 뒤, 몇 년 후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방식을 취하는 사모펀드(PEF)의 전형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합쳐 운용 차량만 45만 대인 ‘렌터카 공룡’을 탄생시켰으니, 향후에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전기차와의 협업 가능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중화를 노릴 때, 가장 빠른 길은 대량 입고 후 렌터카 시장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쌓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피니티가 인수한 렌터카 회사들은 중국 전기차 구매 시, 기존 경쟁 업체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틀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싸고 괜찮다면’, 단기렌트부터 장기렌트까지 고객이 먼저 “렌탈로 시승해보겠다”는 수요가 충분히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자율주행·모빌리티 기술 연계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정도 실제 도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이를 국내에 도입하려면, 대규모 차량 운영·관리 노하우가 필수입니다.
여기서 렌터카 회사는 최적의 실험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어피니티가 모빌리티와 기술 연계 분야까지 노리고 있다면, 렌터카 사업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죠.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파장과 우려
세제 혜택 논란
국내 렌터카 업계에는 대중교통 활성화, 중소업체 보호라는 명분으로 취득세·자동차세 감면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그러나 1·2위 대기업 계열 렌터카 회사가 이미 막대한 혜택을 받아 왔다면, “혜택이 대기업(혹은 외국 자본) 손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계 펀드가 인수 이후 이 같은 세제 혜택을 온전히 누린다면, 국내 소비자·납세자 입장에서는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국내 부품·정비 시장 잠식?
중국차가 대거 들어온 뒤, 만약 렌터카 회사가 부품이나 정비 등의 후속 조치를 중국산으로 대체한다면 국내 중소 부품업계와 정비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부품 호환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물량 공세’가 이뤄진다면, 국내 업체들이 버티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고차 잔존가치 리스크
렌터카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중고차 매각입니다. 중국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라면 잔존가치를 예측하기 어렵죠. 그러나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대형 렌터카사가 직접 대규모로 관리·매각할 수 있는 채널까지 갖추게 된다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상쇄하고 오히려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제·제도적 정비
중국 전기차·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보조금·세제 혜택이 여러 논란을 일으켜 왔습니다. 지금도 ‘해외 자본이 국내 혜택만 쏙 빼간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정부와 업계는 국내 산업 보호와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꼼꼼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R&D) 강화
자율주행과 전동화 흐름은 이미 세계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추세입니다. 중국 자본이 렌터카 네트워크까지 장악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한다면,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기술력과 상품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소비자 신뢰 확보 전략
중고차나 장기렌트 시장에서 차량 잔존가치 불안이 커지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발을 빼게 됩니다. 국내 업체들은 “우리 브랜드 차는 유지관리·감가비용이 예측 가능하다”라는 안정성을 적극 홍보하며, 중국차와 차별화를 꾀해야 하죠.
렌터카 시장 인수로 거대 퍼즐 맞추는 중국 자본
어피니티가 잇달아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인수한 것은 단순한 기업 매매 이상의 함의를 갖습니다. “막대한 자금 투입 = 그만큼 미래 수익을 확신한다”라는 뜻이기도 하죠. 이미 국내 렌터카 업계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하는 동시에, 중국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의 최적 시험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세제 혜택, 국내 부품 시장, 소비자 신뢰 이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막대한 자본과 협상력을 가진 중국계 펀드가 렌터카 공룡을 탄생시킨 건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국 완성차 기업과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자본의 움직임이 우리 경제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충격파는 계속 커질 전망인데요. 지금이야말로 치열한 경쟁과 제도적 대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